얼마 전 주석으로 만든 맥주잔 한 쌍을 샀고 굉장히 만족하는 중입니다.
고급진 외관과 탁월한 냉기 보존 능력은 제 취향에 딱 들어맞았습니다.
다른 물건은 없을까 구경하다가, 주석 소주잔도 후기가 괜찮다기에 새로 구매해봤습니다.
여러가지 무늬 중 저는 사군자 주석잔을 골랐습니다.
사군자는 동양화에서 즐겨 그리던 소재로, 매난국죽 네 식물을 뜻합니다.
매난국죽은 우리나라 말로 풀어쓰자면 매화, 난초, 국화, 대나무로 각기 다음 군자의 덕목을 상징하는 식물입니다.
매화(梅): 눈속에서도 고고하게 활짝 핀 모습
난초(蘭): 만리에 걸쳐 퍼져나가는 향기
국화(菊): 서리 속에서도 기품 있는 자세
대나무(竹): 푸른 절개와 우정, 청렴함
상자를 열어보니 주석잔과 사군자에 대한 설명서가 들어있습니다.
평소 언행이 경박해 이를 고쳐야겠다고 생각하는 저로서는 이 네 식물만도 못하다는 생각도 합니다.
얼핏 봐도 은은한 빛을 내는 것이 참 고급스럽습니다.
주석잔을 살펴볼 겨를도 없이 약속 시간이 다가옵니다.
약속 장소는 회사 근처의 초밥집입니다.
소주잔을 가져갈까 말까 고민하다가,
자랑하고픈 마음 반 멋진 곳에서 개시하고자 하는 마음 반에 가져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.
약속 장소에 도착하자마자 초밥, 그리고 초밥에 곁들일 술로 매화수를 주문했습니다.
마침 사군자의 한 기둥인 매화와 관련있는 술이네요.
잘 됐습니다.
사군자 주석잔에 대한 이야기 반, 매화수 이야기에 또 한 잔씩 들이키다보니 술이 금방 동이 납니다.
주석 맥주잔도 매력있지만, 주석 소주잔도 흔히 보기 쉽지 않기에 그 의미 부여가 남다릅니다.
사군자를 담은 주석잔에 술을 담아 마시면서, 제 자신을 담금질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.